[뉴스 포커스] 반짝 등장한 ‘넘버 3’가 통과해야 할 시험대
마침내 ‘넘버 3’의 자리가 메워졌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마이크 존슨 의원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연방하원 의장에 선출됐다.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후 22일 만이었다. 이 기간 미국은 부통령 다음 대통령 승계 2순위의 핵심 인물 부재 상황이었고, 연방하원은 업무 정지 상태였다. 새 의장을 뽑는 일에 에너지를 쏟느라 산적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새 의장 선출 과정은 그야말로 난산이었다. 스티브 스칼리스·짐 조던·톰 에머 등 3명이 차례로 나섰지만 모두 낙마했다. 공화당 내부의 생각이 달라 번번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결국 워싱턴 정가에서 무명에 가까운 존슨이 일약 의장에 선출되는 이변이 만들어졌다. ‘22일간의 혼돈’은 공화당 책임이다. 당 내 ‘프리덤 코커스’라는 극우 보수 그룹이 매카시 해임을 주도한 게 혼돈의 시작이었다. 결국 연방하원 초유의 의장 해임 사태가 벌어졌고 중도파의 반격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의장에 도전했던 ‘프리덤 코커스’ 창립자 조던이 쓴맛을 보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꽃놀이 패를 즐겼지만 소득은 없다. ‘MAGA 마이크’로 불리는 존슨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존슨의 정치적 정체성이 함축돼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도널드 트럼프가 앞세우는 슬로건으로 극우세력을 의미한다. 존슨이 ’친트럼프‘ 정치인이라는 의미다. 특히 그는 2020년 대통령 선거 불복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헌법 전문가인 그가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었다는 것이다. 또 존슨은 그동안의 의정 활동을 보면 낙태, 성소수자 문제 등 주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줄곧 극우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원의장은 다수당 대표라는 상징성 외에 실제 권한도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영향력이다. 하원의 법안 처리 과정은 먼저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치게 된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보내지면 의사운영위원회(Rules Committee)에서 상정 시기와 수정 범위 등을 결정한다. 본회의 상정 여부가 의사운영위원회 손에 달린 셈이다. 당연히 의사운영위는 다수당이 장악하게 되는데 다수당 몫의 위원 임명권이 의장에게 있다. 의장은 이 권한을 통해 법안 통과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본회의에서의 발언권 부여 권한이라고 한다. 본회의의 전략적 진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연방하원 의장은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다. 더구나 지금처럼 다수당인 공화당과 소수당인 민주당의 의석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협상 능력도 중요하다. 그런데 존슨 신임 의장은 4선 의원이기는 하지만 의회나 당내 주요 보직을 맡아본 경험이 없다. 상임위원장을 거치지 않은 의원이 의장 자리에 오른 것은 14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공화당 내 정치적 스펙트럼조차 넓은 상황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더구나 존슨 의장의 허니문 기간은 짧을 듯하다.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처리라는 시험대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통과됐던 임시 예산안은 11월 17일이면 종료된다. 따라서 그 전에 예산안이나 새로운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는 또 폐쇄 위기를 맞게 된다. 또 다른 숙제도 이미 도착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의 지원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1050억 달러 규모 안보 패키지 예산 승인이다. 존슨 의장을 포함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매카시는 임시 예산안 합의를 빌미로 당내 소수의 극우 그룹에 굴욕을 당했다. 과연 존슨 신임 의장은‘예산안 시험대’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 더구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예산이라 정치적 공방이 더 격렬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시험대 넘버 연방하원 초유 존슨 의원 연방하원 의장